허황

[과제] 숨바꼭질 할 시간이에요.

“저는 당신을 러브합니다.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, 에스더에 대한 증오 수치가 기본값을 기준으로 50%를 초과했습니다.” “러브는 증오라는 뜻이 아냐. 그리고 아그네스, 부품 좀 교체했다고 날 싫어하진 말아줄래?” 나는 강철로 된 아그네스의 팔을 어루만졌다. 정보값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그런가, 감정을 말하고 느끼는 능력이 상당히 좋아서 문제라니까. 다루...

[과제] 특별한 죽음을 원했다.

※ 본 글을 읽기에 앞서, 신체 절단/자해와 같은 폭력적인 묘사를 주의해 주세요. ※ 쓰레기장에서 내 운명을 주웠다. 살인 병기였다. 인간의 생애는 각기 다른 음절이 모인 오선지와 같다. 천천히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다가도, 갑자기 빠르게 닥쳐오는 위기, 파도 덮치듯 냉혹한 침묵. 악보를 읽고 연주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그 모든 순간이 부드럽고 달콤한 ...

과제

차가 안 움직이잖아! 젠장!! 내가 뭐 때문에 제주에 왔는데, 왜 이런 꼴을 겪어야 하는 거야? 살다살다 별걸 다 본다. 현란하게 핸들을 꺾어봤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. 이래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사람을 태우고 갈 수도 없었다. 일이 잘 풀리면 돈이나 잘 벌어먹고 난방으로 버티다가 돌아가려고 했는데, 이젠 다 틀렸다. 하필이면 많고 많은 곳중에 전봇대에...

과제

나는 지금 매우 곤란한 상태다. 직장에서 돌아온 뒤 편하게 쉬고 싶어서 드러누웠는데, 어느 순간부턴가 내가 있는 곳은 이런 외진 숲 속이었다. 당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던 나는, 영문도 모른 채 거대한 나무 사이사이로 오싹함을 내색하며 지났다. 사실 얼마 전에, 어머니의 집에 내려갔을 때 본 우물에 소원을 빌었다. 어디라도 좋으니 과거로 돌아가고 ...

과제

어느날, 12번 악마는 자신의 직업이 곧 망할 거란 것을 직감했다. 12번 악마는 먹고 살 수 없어 죽어버리는 것이 싫었다. 그래서 12번 악마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. 악마는 인간의 죽은 몸을 엄선하여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. 구매자는 죽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 인간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이다. 항상 인간에게 불행을 부여하고 ...

과제

일어났다. 의사는 내게 정신병이 있다고 했었다. 믿을 수 없으며 믿지 않는다. 그리 부정하고. 세상에게 성의 가득 찬사를 보내며 문을 열자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. 때문에 내 안의 따스한 잠재력이 마구 솟아올랐다.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에 잠식되었다. 우스꽝스러운 컴퓨터는 치직, 눈치를 주다 스스로 켜졌다. 그만하고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. 왠지 모를 내...

묘사⚠️

혹시, 혹시라도 말이야. 누군가는 지금도, 어디서 나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. 그런데,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했지? 1 가족과 함께 가는 오랜만의 회식이었다.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는 너무 좁아서 인구가 한 줌만큼이나 적었다. 집을 나와서 쭉 뻗은 언덕을 달리다 보면 금방 숲길이 나왔고, 처음에는 크게 솟아난 나무들이 반대편 도로의 빛을 가리기에 ...

지금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것은, 더는 나와 같은 불행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. 이것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최악의 만일이다. 혹시, 혹시라도 말이야. 누군가는 지금도, 어디서 나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. 꼭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. 그런데,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했지? 1 가족과 함께 가는 오랜만의 회식이었다.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...